[정리시스템07]우리 가족은 왜 정리를 안 할까? 답은 ‘의지’가 아니라 ‘주소’입니다
| 사진: Unsplash의Brett Jordan |
정리를 못 하는 게 아니라, 물건들이 길을 잃었을 뿐입니다.
집 정리를 하러 가면
많은 분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 남편이랑 애들은 정리를 아예 못 해요.”
“말해도 말해도 안 고쳐져요.”
그 말 속에는
조금의 체념과, 꽤 많은 피로가 섞여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그분들이 정말 정리를 못 하는 사람들일까요?
1. 군대에서도, 어린이집에서도 잘하던 그들인데요
어린이집 아이들은
자기 이름이 써진 신발장 칸, 옷장 칸에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넣습니다.
우리 남편들도
군대 시절에는 관물대 정리를
칼같이 해냈던 분들이고요.
그런 사람들이
집에만 오면 갑자기
정리를 못 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2. 꺼내는 건 쉬운데, 넣는 게 어려운 집
현장에서 보면 답은 꽤 단순합니다.
물건을 꺼내는 건 쉬운데
돌려놓는 건 유난히 번거로운 집들이 있습니다.
- 어디에 넣어야 할지 애매하고
- 넣으려면 뭔가를 또 치워야 하고
- 문을 몇 개나 열어봐야 하고
그러다 보면
사람은 결국 가장 가까운 곳에 둡니다.
소파 위, 식탁 위, 선반 위.
“잠깐만 두자” 하고요.
그리고 그 ‘잠깐’은
자주 ‘영원히’가 됩니다.
3. 정리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주소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집니다.
당신의 가족은
정리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집 안 물건들이 전부 노마드처럼 떠돌고 있을 뿐입니다.
돌아갈 자리가 불분명한 물건은
결국 아무 데나 눕게 됩니다.
주소가 생기면
행동은 정말 빠르게 바뀝니다.
4. 가족을 위한 ‘친절한 내비게이션’
제가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용자의 수고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특히 집안일에 익숙하지 않은 가족일수록요.
예를 들어
제가 없을 때 남편이
라면이라도 하나 끓여 먹으려면
뭐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모든 싱크대 문을 열어보다
지쳐 쓰러지기 전에
겉면에 이렇게 붙여주는 겁니다.
- 라면
- 양념
- 냄비
- 컵
정보 전달이 먼저입니다.
미감은 그다음이고요.
5. 정리한 사람도, 믿지 마세요
1년에 한두 번 쓰는 물건들.
계절 용품, 추억 상자, 캠핑 도구.
넣을 때는
“이건 기억나겠지” 싶지만
정리한 사람도 금세 잊어버립니다.
상자 밖에
딱 한 줄만 써두세요.
“겨울 이불”
“크리스마스 장식”
그 한 줄이
나중에 몇 시간을 아껴줍니다.
6. 집 성향에 따라, 주소도 달라집니다
모든 집이 같은 방식일 필요는 없습니다.
- 깔끔함이 더 중요한 집도 있고
- 편리함이 더 중요한 집도 있고
- 공간이 정말 부족한 집도 있으니까요.
어떤 집은
서랍 안 주소가 잘 맞고,
어떤 집은
노출 수납이 더 오래 갑니다.
중요한 건
그 집에서 가장 덜 귀찮은 방식입니다.
7. 마무리하며
정리는
물건을 숨기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헤매지 않도록 돕는 설계입니다.
오늘
우리 집 물건들에게
번지수 하나씩만 붙여줘 보세요.
“그거 어디 있어?”라는 말이
놀랄 만큼 줄어들 겁니다.
8. 당신께 드리는 질문.
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딱 하나 떠오른 물건이 있으신가요?
늘 아무 데나 놓이는데, 돌아갈 자리가 없어서 항상 헤매는 그 물건 하나요.
충전기일 수도 있고, 리모컨일 수도 있고, 가위나 약통일 수도 있어요.
그 물건 이름을 댓글에 하나만 적어보셔도 괜찮아요.
어쩌면 그 물건이야말로 당신 집에서 가장 먼저 ‘주소’를 받아야 할 존재일지도 모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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