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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의 배신 : 물건들에 가려진 ‘나의 계절’을 찾아서
| 사진: Unsplash의Jack Delulio |
정리 현장에서 저를 가장 난감하게 만드는 것은 산더미 같은 짐이 아닙니다. 공간의 숨통을 조이는 수납용품과 가구들입니다. 물건을 정리하겠다며 들인 그 도구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집에서 가장 귀한 것들을 가로막고 있는 순간을 마주하면 늘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1. 가구가 막는 건 문이 아니라 삶입니다
거실 베란다 창문을 반쯤 가리는 아이들 책장, 그 옆을 다시 막아선 장난감 수납장. 가구가 다른 가구의 문을 막아 아예 열 수 없게 된 집들을 종종 봅니다.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하죠. "수납공간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 가구들이 막고 있는 건 단순한 문이 아닙니다. 아침 햇살, 창밖으로 흐르는 계절의 변화, 그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입니다. 우리가 그 소중한 순간을 즐기기 위해 집을 마련한 것인데, 몇만 원짜리 수납장을 위해 그 가치를 포기하고 있다면 조금은 아쉽지 않을까요?
2. [자가진단] 우리 집 수납장, 혹시 '공간의 범인'인가요?
지금 우리 집의 수납 상태가 정리가 아닌 '방해'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 보세요. 아래 항목 중 3개 이상에 해당한다면, 수납 도구가 당신의 삶을 가로막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 ] 동선의 방해: 수납 가구 때문에 방문, 세탁기 문, 혹은 다른 가구의 문이 끝까지 활짝 열리지 않는다.
- [ ] 풍경의 상실: 거실이나 방의 창문을 수납장이 가리고 있어 밖을 내다보려면 고개를 내밀어야 한다.
- [ ] 주객전도: 물건을 정리하려고 산 바구니와 박스 자체가 너무 많아, 그걸 치우는 게 또 다른 일이 되었다.
- [ ] 시야의 차단: 집안에 들어섰을 때 탁 트인 느낌보다 수납 가구의 뒷면이나 옆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 [ ] 임시방편의 반복: 물건이 넘칠 때마다 '버리기'보다 '어디 넣을까(어떤 바구니를 살까)'를 먼저 고민한다.
- [ ] 공간의 매몰: 우리 집 평당 가격을 생각했을 때, 이 가구가 차지한 자리가 물건 값보다 비싸게 느껴진다.
3. 새로 산 수납 도구보다 중요한 가치
정리 컨설팅 중, "이 가구를 비워야 창문이 열립니다"라고 말씀드리면 많은 분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선생님, 이거 산 지 얼마 안 돼서 아까워요."
물론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가구 때문에 사라진 숨 쉴 공간과 시야는 훨씬 더 소중합니다. 집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입니다. 물건을 위한 공간이 너무 많아 사람이 숨 쉴 자리를 잃는 순간, 수납은 본래 목적을 잃고 ‘감옥’이 되어버립니다.
4. 수납장은 물건의 집이어야지, 감옥이어서는 안 됩니다
물건이 쌓이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새 수납 바구니를 사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당신의 수납장을 열어보세요. 문이 다른 물건에 걸려 반만 열리나요? 창문을 가려 햇살이 들어오지 않나요?
그렇다면 수납장은 이미 정리의 역할을 잃고, 물건의 감옥이 된 상태입니다. 정리는 물건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공간이 숨 쉴 수 있도록 돕는 것임을 기억하세요.
5. 최고의 수납은 빈 공간을 남기는 것
진짜 정리는 수납장과 바구니로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새로운 빛과 공기가 들어올 수 있는 여백을 남기는 일입니다. 새 가구를 버리는 아픔보다 먼저, 물건의 양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우리가 매일 누려야 할 공간과 자유, 시야와 여유는 그 어떤 수납 도구보다 소중합니다.
오늘의 연습: 지금 거실 창가를 바라보세요. 수납장이 풍경을 가리고 있나요? 그 가구를 잠시 치웠을 때, 눈앞에 펼쳐질 **당신만의 ‘몇억 원짜리 뷰’**를 상상해 보세요. 물건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보다, 공간을 위해 포기하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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