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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성장은 ‘수납의 크기’로 알 수 있습니다
| 사진: Unsplash의Marcus Ganahl |
정리 컨설팅을 하다 보면, 아이의 연령에 따라 부모님이 겪는 수납의 고민이 분명하게 갈리는 순간들을 자주 만납니다.
최근에 만난 두 남매의 방도 그랬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11개월 아기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10살 아이의 공간은 완전히 다른 언어를 쓰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몸이 자라며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지듯,
집 안의 수납 도구 역시 아이의 성장 단계에 맞춰 ‘입자’가 달라져야 합니다.
🔹 수납의 ‘입자’란 무엇일까요?
여기서 말하는 수납의 입자란,
한 번에 다루는 물건의 크기, 양, 그리고 분류의 단위를 뜻합니다.
- 입자가 클수록 → 한 번에 쓸어 담는 정리
- 입자가 작아질수록 → 고르고, 나누고, 선택하는 정리
아이의 사고와 손놀림이 자랄수록,
수납 역시 자연스럽게 덩어리에서 조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1. 영유아기 아이의 방: 큼직한 ‘덩어리’의 시간
11개월 안팎의 아이들은 아직 소근육보다 대근육을 먼저 씁니다.
손으로 집어 올리기보다는, 밀고 던지고 꺼내는 움직임이 익숙한 시기죠.
이때의 장난감은 대부분 큼직합니다.
블록, 자동차, 공, 인형처럼 한 손에 꽉 차거나 두 손으로 들어야 하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자잘한 분류 수납이 오히려 독이 됩니다.
작은 칸, 얕은 상자, 정교한 분류는
아이에게도, 정리하는 부모에게도 부담이 됩니다.
이 시기에는
✔ 깊고 큰 바구니
✔ 뚜껑 없는 대형 수납함
✔ 툭툭 던져 넣을 수 있는 구조
가 가장 잘 맞습니다.
이 시기의 정리는 ‘정확함’이 아니라 ‘속도’입니다.
✔ 스스로 점검해보세요
- 이 장난감을 아이 혼자 다시 넣을 수 있을까?
- “정리해” 대신 “여기 넣자”라고 말할 수 있는 구조일까?
2. 초등 시기 아이의 방: 잔잔한 ‘세밀화’의 시간
반면, 초등학생이 되면 방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작은 피규어, 스티커, 카드, 문구류, 캐릭터 굿즈들.
어른 눈에는 자잘해 보이지만, 아이에게는 취향과 정체성의 조각들입니다.
이 물건들을 여전히 큰 바구니 하나에 섞어 두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는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바구니를 통째로 뒤엎게 되고,
정리는 늘 ‘엉망이 되는 일’로 기억됩니다.
이 시기에는
✔ 얕고 칸이 나뉜 서랍
✔ 투명하거나 한눈에 보이는 수납
✔ 종류별로 나눌 수 있는 구조
가 필요해집니다.
수납의 입자가 작아질수록,
아이의 정리 근육과 선택 능력도 함께 자랍니다.
✔ 스스로 점검해보세요
- 이 수납은 아이가 ‘보자마자 고를 수 있는’ 구조일까?
- 아이의 물건과 어른 기준의 물건이 섞여 있지는 않을까?
3. 부모가 놓치기 쉬운 ‘수납의 골든타임’
아이 방이 늘 어지러운 이유는,
아이의 성장이 멈췄기 때문이 아니라
수납이 여전히 예전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 아이가 수납함을 자꾸 뒤엎는다면 → 입자가 너무 클 수 있고
- 아이가 정리를 포기했다면 → 입자가 아직 맞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정리가 안 되는 집은,
의지가 부족한 집이 아니라 업데이트가 필요한 집일지도 모릅니다.
4. 정리는 아이를 다그치는 일이 아닙니다
아이에게 정리를 가르치는 일은
“치워!”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치울 수 있는 환경을 준비해 주는 일입니다.
수납은 훈육이 아니라, 성장에 맞춘 도구입니다.
아이의 발달 속도에 맞는 수납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정리는 훨씬 부드러운 일이 됩니다.
5. 지금까지 잘해왔습니다
어릴 때는 잘 되던 정리가
어느 순간부터 어려워졌다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신호입니다.
아이도 자랐고,
이제 집도 한 번 더 자랄 차례일 뿐입니다.
오늘의 연습
아이 방 수납함 하나를 골라 이렇게 물어보세요.
“이건 아직 이 아이에게 맞는 크기일까?”
수납의 크기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정리는 다시 아이의 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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