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네 이야기01] 나의 우주는 ‘폭탄 맞은 1평 쪽방’에서 시작되었습니다.
| 사진: Unsplash의Nechirwan Kavian |
1. 8명 대가족 틈에서 얻은 ‘나만의 영토’
사람들은 정리 전문가인 제 어린 시절이 무척이나 깔끔했을 거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제 기억 속 첫 방은 ‘정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부모님, 오빠와 남동생까지.
8명이 함께 살던 북적이는 2층집.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저는 조부모님과 방을 함께 썼습니다.
‘나만의 방’은 그 시절 제 인생 최대의 소원이었습니다.
삼촌이 분가하던 날, 드디어 제게도 방이 생겼습니다.
부엌 옆에 붙은 작은 쪽방.
싱글 침대 하나와 책상 하나를 넣으면 발 디딜 틈이 사라졌습니다. 의자를 둘 공간조차 없어 침대 끝에 걸터앉아 공부해야 했죠. 문이 열리고 닫히는 반경을 제외하면 바닥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좁은 문을 닫는 순간,
저는 비로소 ‘나’가 되었습니다.
8명의 가족 속 구성원이 아니라,
오직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최초의 영토.
그 1평이 제 우주의 시작이었습니다.
2. 정리할 줄 몰랐던 아이, 10년을 쌓아두다
고백하자면, 제 방은 늘 ‘폭탄 맞은 상태’였습니다.
저는 물건을 아끼는 법은 배웠지만,
버리는 법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사춘기를 지나며 취향은 계속 바뀌었지만, 초등학생 시절부터 쌓인 물건들은 그 좁은 방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10년의 시간이 1평에 눌러 담겨 있었습니다.
그 밀도는, 상상 이상이었겠지요.
명절이면 어머니의 말씀이 들려왔습니다.
“방 좀 치워라.”
하지만 저는 치우는 대신 문을 잠갔습니다.
정리를 몰라서이기도 했고,
그 어수선한 물건들이 이상하게도 저를 보호해주는 요새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참 역설적입니다.
공간이 너무 좁았기에,
저는 그 안에서 ‘적게 소유하며 버티는 법’을
본능적으로 배우고 있었습니다.
3. 라디오와 편지, 1평에서 팽창하던 나의 우주
모두가 잠든 밤,
저의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안테나를 세워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일기장에 하지 못한 말을 눌러 담던 시간.
의자도 없는 침대 끝에 걸터앉아 보낸 그 새벽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물리적 공간은 비좁았고, 물건은 넘쳐났지만
제 정신의 우주는 그 안에서 끝없이 확장되었습니다.
그 방은 제게 분명히 가르쳐주었습니다.
공간의 크기가 마음의 크기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누구에게나 침범받지 않을 ‘자기만의 방’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4. ‘비누네’가 물건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이유
지금 저는 남들의 무너진 공간을 다시 세우는 일을 합니다.
하지만 고객의 집에 들어가면
저는 수납 기술부터 꺼내지 않습니다.
먼저, 그 어지러운 물건들 사이에 끼어 앉아 있을
누군가의 마음을 봅니다.
버리는 법을 몰라서,
혹은 이 물건들이 나를 지켜줄 것 같아서
문을 잠그고 있는 사람의 마음.
저는 압니다.
10년 동안 자기 방을 치우지 못했던 소녀였으니까요.
그 소녀가 자라 ‘비누네’가 되었습니다.
제가 만드는 정리는
물건을 비우는 작업이 아닙니다.
비누가 스스로를 녹여 찌든 때를 씻어내듯,
오래 묵은 미련과 불안을 천천히 씻어내는 일입니다.
그리고 단 1평이라도,
고객님이 온전히 ‘나’로 숨 쉴 수 있는 영토를 되찾아드리는 일.
라디오를 듣던 그 평온한 새벽의 감각을
다시 일상으로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 당신께 건네는 한마디
지금 당신의 방이 ‘폭탄 맞은 상태’인가요?
괜찮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정리는 완벽한 수납 기술이 아닙니다.
어지러운 짐 속에 가려진 ‘진짜 나’를 구출해내는 일입니다.
당신의 1평 우주,
이제 다시 찾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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