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사람] 텅 빈 명품 상자로 가득 찬 방, 비어 있는 걸까 가득 차 있는 걸까?
| 사진: Unsplash의 Laura Chouette |
1. 비어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공간
문을 열면 바닥부터 천장까지 상자들이 빼곡히 쌓여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씩 열어보면, 놀랍게도 모두 텅 비어 있습니다.
오렌지색, 하늘색, 검은색.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브랜드의 박스와 쇼핑백들이
정갈하게 줄지어 서 있습니다.
겉으로는 정돈된 공간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 서 있으면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보다
‘공간이 멈춰 있다’는 감각이 먼저 올라옵니다.
상자는 비어 있는데,
왜 이 방은 이토록 무겁게 느껴질까요.
2. 솔직한 고백
현장에서 저를 가장 고민하게 만드는 건
가전제품 상자가 아닙니다.
게임기나 노트북 박스는 이유가 분명합니다.
“나중에 되팔 때 필요해서요.”
그 말 한마디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명품 상자 앞에서는
저도 잠시 멈추게 됩니다.
차마
“이거 나중에 사용하실 계획이 있으실까요?”
라고 묻기가 조심스러워집니다.
그 질문이
고객님의 취향이나 선택을
함부로 건드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묻지 않습니다.
대신 그 상자들을
드레스룸 위에 가지런히 올려드립니다.
그것이 고객님께 작은 만족감을 준다면
그 또한 공간의 역할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 질문이 남습니다.
나는 지금 정리를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전시를 돕고 있는 걸까.
3. 상자가 담고 있는 것은 물건이 아니다
상자는 비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상자를 남겨둔 이유는 비어 있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버리기 어려웠던 순간과
잘 선택했다는 안도감,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상자를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자에 붙어 있는
‘감정의 모양’을 보관합니다.
그래서 그 방은
물건 대신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시간들이
그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4. 정리는 흐르게 만드는 일
정리는 비우는 기술이 아닙니다.
머물러 있는 것들을
지금의 나에게 맞는 자리로
다시 흐르게 만드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물건을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시간을 남겨둡니다.
그래서 텅 빈 상자를 보내는 일은
단순히 부피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한 시절을 현재로 흘려보내는 일입니다.
공간이 답답해지는 이유도 같습니다.
물건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안의 시간이
흐르지 못하고 멈춰 있기 때문입니다.
5. 비누네의 제안
텅 빈 상자들로 공간이 묶여 있다면
이렇게 시작해보셔도 좋습니다.
- 공간의
값을 느껴보기
상자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눈으로 바라보세요.
그 자리가 지금의 나를 위해 쓰이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 남길
기준을 하나로 줄이기
‘기분을 좋게 하는 상자’만 남긴다면
그 수는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 현재를
들여놓기
상자가 사라진 자리에
지금 내가 쓰고 싶은 것 하나를 놓아보세요.
그 순간 공간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Q.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지만 아무것도 비워지지 않은 자리.
당신의 공간에도 그렇게 멈춰 서 있는 선택이 있을까요?
그 상자가
당신에게 ‘기쁨’으로 남아 있는지,
아니면 조용한 ‘무게’가 되어 있는지
오늘 한 번만 가만히 바라봐 주세요.
비누네는
그 멈춰 있는 시간을
흐르게 만드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이전 글 보기 - [공간과 사람]우리 집 물건은 밤마다 ‘새끼’를 치는걸까?
⏩다음 글 보기 - [공간과 사람]냉장고만 6대, 그 속에서 발견한 10년 전의 시간
🌟 함께 읽으면 좋은 글(CLICK)
#명품상자정리 #쇼핑백버리기 #정리인문학 #비누네정리 #공간심리 #미니멀라이프 #집정리노하우 #비움의기술 #마음정리 #공간과사람 #명품언박싱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