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시스템 11]“언젠가 쓸 거야”의 끝판왕, ‘공구’와 ‘전자기기’
| 사진: Unsplash의Haupes |
정리 현장에서
유독 말수가 줄어드는 구역이 있습니다.
공구함, 오래된 전자기기,
정체를 알 수 없는 선들이 모여 있는 서랍 앞입니다.
아버님들, 혹은 남성 고객님들은
그 앞에 서면 괜히 서랍을 한 번 더 열어보십니다.
바로 정리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손이 먼저 움직이곤 합니다.
1. ‘언젠가’라는 말이 남아 있는 자리
“이건 언젠가 쓸 거예요.”
현장에서 정말 자주 듣는 말입니다.
2G 폰 충전기,
이름을 알 수 없는 USB 케이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공구들 앞에서요.
그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한때는 분명 필요했고,
집 안 이곳저곳을 직접 고치고 손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집의 가장이
드라이버 하나 들고 문제를 해결하던 시간.
그 기억이 이 서랍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2. 그런데, 집은 이미 달라져 있었습니다
요즘 집은
직접 고칠 일이 거의 없습니다.
설치 기사님들이
필요한 선과 장비를 모두 가져오고,
가구와 가전은
예전 공구에 맞지 않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정리를 하다 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선들이 정말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지금 사용하고 있는 모든 가전제품에는
이미 맞는 선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랍 속에 따로 남아 있는 선들은
이미 역할을 마친 것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사실을
아버님들도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더 쉽게 손을 놓지 못하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3. 버리는 일이 아니라, 확인하는 일
저는 현장에서
무조건 버리자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대신
지금 이 집에서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지,
앞으로 연결될 자리가 있는지를
함께 확인합니다.
“이 공구를 최근에 꺼내 쓰신 적이 있으셨을까요?”
“이 선이 연결될 가전이 지금 집에 있을까요?”
그 질문 앞에서
잠시 침묵이 흐릅니다.
그 침묵이
이미 충분한 답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4. 로망을 없애기보다, 현재에 놓는 일
‘언젠가’의 마음을
모두 없앨 필요는 없습니다. .
정리를 하다 보면
공구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 막막해지곤 합니다.
🌟공구를 버리기 전, 이렇게만 정리해 봅니다
- 지금 집에서 쓰고 있는 것
- 이 물건이 어디에 쓰이는지 설명할 수 있는 것
이 두 가지에 해당하지 않는 공구와 선은
이미 역할을 마친 경우가 많습니다.
남길 물건은
서랍 깊숙이 넣기보다
한눈에 보이게 정리합니다.
그래야 ‘언젠가’가 아니라
‘필요할 때 바로’ 꺼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공구가 줄어든 게 아니라,
집 안에서 다시 자리를 얻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5. 공구가 아니라, 마음의 자리였습니다
그 서랍 속에는
공구와 전자기기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때 집을 책임졌던 시간,
무언가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감각,
그런 마음들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정리는
무언가를 빼앗는 일이 아니라,
그 마음이 지금도 설 수 있는 자리를
다시 잡아주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기
- 지금 집에 무엇에 쓰는지 모르는 선이 남아 있나요?
- “언젠가”라는 말로 계속 남겨두고 있는 물건이 떠오르시나요?
- 그 물건은 지금의 생활 속에서도 자리가 있을까요?
👉 댓글로 당신의 서랍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정리는 혼자 판단할 때보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때 조금 더 부드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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