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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심리]부모님 집에 새 수건이 쌓이는 이유 : 어르신들이 물건을 못 버리는 심리
| 사진: Unsplash의 pablo ramos |
현관에 들어서면 먼저 장식장이 보입니다.
유리문 안에는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수건들이 가지런히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 욕실에는 해지고 얇아진 수건이 걸려 있습니다.
처음 이 풍경을 봤을 때는 의아했습니다.
왜 새것을 두고 낡은 것을 계속 쓰실까.
그런데 현장을 거듭할수록 알게 되었습니다.
그 장식장 안에는 단순히 수건만 보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세대의 결핍과 불안, 그리고 아껴 살아온 시간이 함께 쌓여 있었습니다.
풍족한 시대를 살아온 우리와 달리
결핍의 시간을 통과해 온 어르신들에게
비움은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일이 아닙니다.
때로 그것은
생존의 감각을 내려놓는 일에 가깝습니다.
정리 전문가로서 제가 현장에서 반복해서 마주하는
‘버리기 힘든 마음’ 뒤의 풍경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어르신들이 물건을 못 버리는 이유는 ‘아까움’만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말합니다.
“우리 부모님은 그냥 물건을 못 버리세요.”
“아까워서 그런 거예요.”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어르신들의 축적은
단순한 절약 습관이 아니라,
삶을 통과하며 몸에 새겨진 생존 방식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정리는
물건을 비우는 기술보다
그 마음을 이해하는 태도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1. 비닐봉지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 : 부족했던 시절의 습관
어르신 댁에 방문하면
제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단호하게 비우기를 권하는 물건이 있습니다.
바로 비닐봉지입니다.
물건을 살 때마다 하나씩 따라오는 봉지들은
어느새 서랍과 수납장을 가득 채웁니다.
“나중에 다 쓸 데가 있어.”
그 말씀처럼 정성스럽게 접어 보관하시지만
정작 그 봉지에 무언가를 담아 들고 나갈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장면은 따로 있습니다.
비닐봉지는 산처럼 쌓여 있는데
서랍 안에는 크기별 새 위생팩이 가득 들어 있는 경우입니다.
재사용을 위해 모아둔 봉지와
편리를 위해 다시 구매한 위생팩.
이 모순된 풍경은 결국
‘언젠가 부족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만든 결과입니다.
비닐봉지를 비워내고 나면
어르신들은 종종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많았는지 몰랐네.”
그 짧은 한마디 속에서
저는 공간뿐 아니라
마음의 무게도 함께 가벼워졌음을 느낍니다.
2. 은퇴 후 물건을 모으는 이유 : 수집 뒤에 숨은 외로움
은퇴한 남성 고객님의 집에서는
또 다른 방식의 축적을 마주합니다.
자잘한 물건들이
마치 작은 박물관처럼 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잡동사니처럼 보이지만
본인은 “이게 다 취미”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정리를 시작하려 하면
대개 손이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평생 일터에서 역할을 가지고 살아오던 분들이
어느 날 집 안에서 긴 시간을 보내게 되었을 때,
그 공백을 채워주는 것이
물건을 모으고 만지고 정리하는 행위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분들이 붙잡고 있는 것은
어쩌면 물건 자체가 아니라,
‘나는 아직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감각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정리 기술보다 먼저,
그 공허함을 이해해 주는 태도입니다.
3. 새 물건을 아껴두는 이유 : ‘언젠가’를 기다리는 마음
가장 마음이 아픈 순간은
새 물건을 모셔두고 낡은 것만 사용하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장식장 안에는
기념품으로 받은 새 수건이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쌓여 있고,
욕실에는
구멍 난 수건이 여전히 걸려 있습니다.
“아까워서 못 써요.”
“특별한 날에 쓰려고요.”
하지만 그 특별한 날은
생각보다 쉽게 오지 않습니다.
기다리는 사이
시간은 조용히 흘러갑니다.
저는 그날
낡은 수건을 모두 정리하고
장식장 속 새 수건의 포장을 하나씩 풀어 욕실에 걸어 드렸습니다.
그리고 말씀드렸습니다.
“물건은 보관하려고 들인 게 아니라,
오늘 기분 좋게 사용하라고 있는 거예요.”
그 말을 들으며 지으시던
어르신의 쑥스러운 미소를
저는 오래 기억합니다.
정리는 물건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삶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어르신들에게 정리는
물건과의 이별이 아닙니다.
과거의 결핍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의 풍요를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비닐봉지를 비우고,
쌓아두던 수집을 내려놓고,
아껴두던 새 수건을 꺼내 쓰는 일.
그 모든 선택은 결국
이 한 문장으로 귀결됩니다.
오늘의 나를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
부모님 댁에
새 수건이 장식장 안에서 잠들어 있다면,
오늘 한 장 꺼내
욕실에 걸어드려 보세요.
어쩌면 그 작은 변화가
공간보다 먼저
마음을 환기시킬지도 모릅니다.
당신께 건네는 질문
당신의 집에도
‘언젠가’를 위해 아껴두고만 있는 물건이 있나요?
그 물건을
오늘의 당신에게 허락해 줄 준비가 되었는지
한 번 돌아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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