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많아서 물건도 많다면 — 비우지 않고 유지하는 공간 정리법
| 사진: Unsplash의 Darling Arias |
비누네는 취미부자입니다.
재봉, 자수, 뜨개질, 코바늘, 그림, 피아노, 기타, 아코디언, 책, 달리기, 필라테스, 커피와
차까지. 이쯤 되면 취미가 아니라 거의 생활 방식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취미에는 항상 도구가 따라옵니다. 원단, 실, 바늘, 각종 부자재와 재봉 도구들. 커피머신, 드립용품, 모카포트, 핀커피
용품까지.
제 취미방에는 서랍이 대략 40개쯤 있고, 그 안에는 또 작은 바구니와 구획함으로 나뉜 세계가 있어요. (재봉이
원래 그렇습니다... ^^)
미리 말씀드리자면, 제 취미방은 인스타에 올릴 만한 공간이 아니에요. 아름답기보다는 철저히 편의주의적인 공간입니다. 그래도 이 글을 쓰는 건, 예쁜 정리가 아니라 계속할 수 있는 정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예요.
저는 취미를 하다가 "하기 싫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어요.
하고 싶을 때만 시작하거든요. 마음이 움직일 때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것들이라서요.
그래서 오히려 더 치명적인 순간이 따로 있습니다.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을 때.
서랍을 열고, 안의 바구니를 꺼내고,
그 안의 구획을 하나씩 들여다보지만 없습니다. "맥락 없이 어딘가로 들어간" 그 물건은, 40개의 서랍 어딘가에서 조용히 숨어 있어요.
그럴 때 저는 조용히 중얼거립니다. "과거의
나야… 왜 그랬니…"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데, 시작까지가 길어지는 거예요. 꺼내기까지의 과정이 길어지면서 손이 한 번 멈춥니다.
취미가 "하고 싶은 일"에서 "준비가 필요한 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그 마음이 식기 전에 시작할 수 있어야
해요. 저한테는 그게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방식을 바꿨습니다. 작은 것부터요.
가장 큰 변화는 닫힌 서랍에서 오픈 책장으로 넘어간 것이었어요.
처음엔 서랍에 넣어서 안 보이게 수납했었거든요. 그런데 취미가 늘고
도구가 늘면서 점점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어디에 뭘 넣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고, 찾다가 포기한 물건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어요.
오픈형 책장으로 바꾸고 나서 달라진 건 단순했어요. 내가
가진 게 뭔지, 한눈에 보였습니다. 찾는 게 아니라, 그냥 보이는 거예요.
지금 제 공간은 이 흐름으로 움직입니다.
관련된 것들은 최대한 가까이. 한 번에 꺼낼 수 있게. 다시 넣기 어렵지 않게.
결국 핵심은 하나예요. 두 번 손이 가지 않게.
저는 취미를 줄이지 않았습니다.
사라진 취미도 없어요. 다만 그때그때 손이 가는 게 달라질 뿐이에요. 한동안 색연필 그림에 빠졌다가, 요즘은 글쓰기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아코디언은 한동안 손을 놓았어요. 비울까 잠깐 고민했는데, 아직은 아쉬워서 구석에 두고 있습니다. 저는 잘 비우는 편이 아니거든요. 대신 처음 들일 때 몹시 심사숙고하는 편이에요.
그 중에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뜸해진 적 없는 건 책입니다. 이 이야기는 2편에서 좀 더 해볼게요.
정리는 취미를 잘하기 위한 게 아니라, 계속하게 만들기
위한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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