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네]정리하다가 문득, 엄마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진: UnsplashJ W

정리수납 일을 하다 보면
가끔 묘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고객님이 집에 없는 상태로
두 사람이 네 시간 동안 정리를 맡아 진행하는 현장이었습니다.
몇 달 전 정리를 마친 공간이었지만
다시 찾은 집은 생각보다 빠르게 생활의 흔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사용한 물건들은 바닥 곳곳에 흩어져 있었고,
손이 자주 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너무 선명하게 드러나는 집이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돌돌이로 밀고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자취하는 딸 집 청소하러 온 엄마 같네.”

신발은 또 늘어 있었고,
옷은 뒤집힌 채 놓여 있었고,
괜히 혼잣말로 잔소리라도 할 것 같은 기분에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고객인데도
이상하게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문득 애틋해졌습니다.

이 집에는
누군가가 어떻게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지가
너무 솔직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리수납 일을 하다 보면
가끔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생활을 조용히 돌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돌돌이로 바닥을 밀고,
흐트러진 침구를 가지런히 펴고,
현관을 열고 들어와 잠시라도 앉아 숨 돌릴 수 있도록
소파 주변을 정리해두며 생각했습니다.

이 공간이
단지 깔끔한 집이 아니라
누군가 나를 돌봐주고 갔구나하고 느껴지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차갑게 정리된 방보다
따뜻하게 돌봄이 남아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분이지만
그날 저는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 집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바랐습니다.

당신의 하루가
조금 덜 고되기를.
당신의 집이
당신을 다정히 안아주는 공간이 되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이 너무 외롭지 않기를.


Q. 지금 당신의 집은 당신의 어떤 하루를 말해주고 있나요?

댓글로 당신의 하루를 함께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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