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네이야기]비누가 남긴 자리에서, 저는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비누

사람들은 저를 정리 전문가라고 부릅니다

공간을 비우고, 물건을 나누고, 흐트러진 집에 질서를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작 제가 정리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아주 사적인 상실 하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비누.

지금 '비누네'라는 이름에 남아 있는 그 비누는 제 삶에서 가장 조용했고

가장 따뜻했던 존재의 이름입니다.


정리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건너지 못했던 마음이었습니다

비누가 쓰던 작은 침대와 이동 가방, 곱게 접혀 있던 옷가지들.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손을 대는 순간 비누가 정말로 사라질 것만 같아서

그 자리는 늘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래서 정리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누군가의 집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정리는 비워내는 기술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마주한 정리는 붙잡고 있는 마음을 이해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정리는 제게 속도를 줄이는 일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매일 인사를 합니다

지금도 우리 집 거실에는 비누의 사진이 놓여 있습니다

현관을 열고 들어오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자리입니다.

"엄마 일 잘 하고 올게." "다녀왔어."

이 인사는 습관이 되었고, 습관은 제 하루의 시작과 끝을 다시 제 자리로 데려옵니다.


물건 이전에 마음이 있었습니다

정리를 하다 보면 사람들은 종종 묻습니다.

 "이건 왜 아직 두고 계세요?"

하지만 저는 이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물건은 정리하지 못해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 마음이 준비되지 않아 그 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요.

정리는 결단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애도의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공간의 이름이, 비누네입니다

소중한 존재의 이름으로 나를 부르는 방식이 있어요

저는 그렇게, 비누의 엄마로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정리보다 사람이 먼저였고, 물건보다 마음이 먼저였으니까요.


Q. 당신의 집에도 아직 정리되지 않은 자리가 있나요?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그 마음, 저도 알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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